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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통 공법 기술을 보유한 시가현 오쓰시의 쿠로다공방 내부 전경. 쿠로다공방은 세계 최초의 목조 위성 제작에 참여한다. 사진=쿠로다공방 홈페이지 '나무로 만든 위성이 거

日가구 장인이 우주산업에?…`짜맞춤 목조위성` 올해 쏜다

日가구 장인이 우주산업에?…`짜맞춤 목조위성` 올해 쏜다

일본 전통 공법 기술을 보유한 시가현 오쓰시의 쿠로다공방 내부 전경. 쿠로다공방은 세계 최초의 목조 위성 제작에 참여한다. 사진=쿠로다공방 홈페이지
'나무로 만든 위성이 거친 극한 우주환경에서 버티고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미 NASA(항공우주국)와 일본 JAXA(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가 일견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이 미션에 조만간 도전한다. 이 미션에는 일본의 벌목회사인 스미토모임업도 참여한다. 전통 짜맞춤 공법이 장기인 일본의 가구공방이 위성 제작을 주도한다. 정부 중심의 우주개발 시대를 지나 기업이 주도하는 우주산업시대에 벌목 회사, 가구공방도 기회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1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일본 과학자들이 역사상 가장 특이한 위성 중 하나인 목조위성 '리그노샛(LignoSat)'의 올여름 발사를 앞두고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그노샛 프로젝트의 목표는 명확하다. 금속 우주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 환경 친화적인 위성을 만드는 것이다. 이번에 우주로 향하는 목조위성의 크기는 머그컵 정도다. 가로·세로·높이가 약 10cm에 불과하고 무게는 약 330g이다. 연구진은 최대한 안정적이고 균열에 강한 목재를 찾기 위해 공들였다.

교토대학 연구진과 벌목 회사인 스미토모 임업은 목련나무, 산벚나무, 솜털자작나무 등 총 3가지 목재로 샘플을 만들어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목련나무가 쪼개지거나 부서질 가능성이 가장 낮아 가공성과 강도면에서 가장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목조위성 샘플을 가지고 성공적으로 테스트도 했다.

올 여름 발사 예정인 목조위성 '리그노샛(LignoSat)'. 이미지=교토대
연구진은 작년 5월 성명에서 "목재 표본 3가지를 테스트한 결과 우주 노출 후에도 변형이 없었다. 우주라는 극한 환경에서 10개월간 노출됐음에도 갈라짐, 뒤틀림, 벗겨짐, 표면 손상 등 분해나 변형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 목조위성은 진공 상태의 우주에서는 타거나 썩지 않지만,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면 미세한 재로 소각돼 생분해된다. 연구진은 위성을 구성하는 모든 금속을 환경 친화적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 검증할 예정이다.

우주비행사 출신이기도 한 교토대 항공우주공학자 타카오 도이 박사는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모든 위성은 연소돼 작은 알루미나 입자를 생성하며, 이 알루미나 입자는 수년 동안 대기 상층부에 떠다닌다"면서 "결국 지구의 환경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교토대 연구진이 우주 조건을 재현한 실험실에서 진행한 테스트에서 목재 샘플은 측정 가능한 질량 변화나 분해, 손상 징후가 없었다.

프로젝트를 이끄는 무라타 코지 박사는 "목재는 놀랍게도 이런 조건을 견디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변형에 취약한 나무가 우주에서 손상을 피하는 것은 나무를 태울 수 있는 산소가 없고 나무를 썩게 하는 생물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올여름 발사하는 위성을 통해 우주 환경에서 목조 구조물의 변형을 측정할 예정이다. 목재는 대개 한 방향으로는 내구성이 있고 안정적이지만 다른 방향으로는 변형과 균열이 발생하기 쉽다.

일본 전통 공법 기술을 보유한 시가현 오쓰시의 쿠로다공방에서 쓰는 도구들. 쿠로다공방은 세계 최초의 목조 위성 제작에 참여한다. 사진=쿠로다공방 홈페이지
위성은 태양이 내리쬐는 궤도를 지날 때는 온도가 120도까지 올라가지만 반대로 밤 시간대에 해당하는 지구 반대편을 지낼 때는 영하 270도까지 떨어진다. 초속 7.4km 속도로 날아가는 중에 받는 중력과 충격도 버텨야 한다. 위성 제작 작업에는 일본 전통 공법 기술을 보유한 시가현 오쓰시의 쿠로다공방이 참여했다. 목재 변형과 파손을 줄이고자 요철을 이용해 못과 접착제 없이 짜맞추는 전통 공법을 썼다. 쿠로다공방은 가구, 문짝 등을 만드는 곳으로, 국보 등 문화재의 수복도 맡아서 진행하는 곳이라고 한다. 제조에는 0.01밀리의 정밀도가 요구된다. 우스이 히로아키 쿠로다공방 대표는 "목재가 습기에 의해 수축하지 않도록 공조 관리에도 신경 썼다"고 말했다.

어느 발사체에 실려 발사할 지는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선택의 폭이 좁혀진 상황으로, 올 여름 오비탈 사이언스의 화물우주선 '시그너스'와 함께 가거나, 스페이스X의 '드래곤' 수송선에 실릴 예정이다. 발사 후 6개월 간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한 후 대기권 상층부에 재진입해 불타 없어지게 된다.

리그노샛이 우주에서 제 역할을 하면 앞으로 더 많은 위성용 자재로 목재가 쓰일 수 있게 된다. 향후 매년 2000개 이상의 위성이 발사돼 환경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질 전망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과학자들이 최근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인공위성이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알루미늄이 태양의 자외선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는 오존층을 심각하게 파괴할 수 있다. 대기를 통과해 지면에 도달하는 햇빛의 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진은 "우주에 떠다니는 위성들은 밤하늘의 전체 밝기를 10% 이상 높이는 '빛공해'를 유발하는 데다, 지구로 재진입할 경우 불특정 다수에게도 위협이 된다"며 "세계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성을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목조위성 도입은 우주탐사 분야에서 큰 진전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한편 2021년 발표된 왕립천문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구 궤도를 맴돌고 있으면서 작동하지 않는 위성과 로켓 잔해 등 우주쓰레기는 9300톤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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